네이버 블로그가 막 태동하던 2004년 무렵, 저는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치킨집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지만, 그중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 손끝을 사로잡았던 건 다름 아닌 Flash ActionScript 2.0이었습니다.
당시 독학자들의 바이블과도 같았던 신명용 님의 《플래시 MX 액션스크립트》 책을 곁에 두고, 생소한 문법과 영어 단어, 함수와 속성들을 하나하나 외워 나갔습니다. 코드가 화면 위에서 살아있는 비주얼과 움직이는 인터랙션으로 구현될 때의 짜릿한 재미, 그리고 완성의 순간에 느껴지는 전율에 완전히 푹 빠져 살았죠.
이후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국내에서 정보가 귀했던 스위시(Swish) 스크립트 소스를 배포하고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나아가 '나야나 호스팅'을 이용해 제로보드 기반의 개인 홈페이지까지 직접 구축했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플래시와 백엔드(PHP), MySQL DB를 연동해보았습니다. 동영상 강좌의 조회수를 실시간으로 카운트하고, 이미 배포된 모든 동영상 플래시 화면에 새로운 알림을 동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로직을 내 손으로 완성했을 때의 소름 돋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내가 만든 인터랙션이 세상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던 그 경험. 치킨집을 운영하던 바쁜 일상 속에서도 5년 넘게 저를 밤새우게 만들었던 건, 바로 그 가슴 뛰는 설렘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래시가 모바일 지원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막 도약하려던 그 순간, 2010년 스티븐 잡스의 공개 서한이 폭탄처럼 터졌습니다.
"플래시는 보안이 취약하고 배터리를 과도하게 소모하며, 모바일 터치 환경에 맞지 않는 구시대의 폐쇄적 기술"이라며 아이폰과 iPad에서 플래시를 영원히 배제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곧이어 어도비마저 모바일 플래시 개발 중단을 선언했고,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모든 열정과 애정을 쏟아부었던 기술은 순식간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내가 마스터했던 세계가 한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말할 수 없는 거대한 상실감과 허탈감이 찾아왔고, 결국 저는 모든 스크립팅 활동을 내려놓은 채 십수 년간 이 세계를 완전히 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약 3년 전, 인생의 작은 계기가 찾아왔습니다. 좋아하는 e-스포츠 선수들의 전적을 직접 데이터로 분석해 보고 싶어 엑셀을 잡았고, 그 과정에서 자동화 프로그램인 VBA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드를 짜고 화면이 움직이는 순간, 오랫동안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ActionScript 시절의 희열과 감동이 거짓말처럼 다시 피어올랐습니다.
잊고 살았던 창작의 손맛에 사로잡혀 6개월간 미친 듯이 푹 빠져들었죠. 그리고 "내가 만든 이 분석 도구와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다시 꿈틀대면서, 자연스럽게 가장 대중적이고 강력한 언어인 Python의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파이썬을 잡은 지 이제 만 2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3개월 전부터는 직접 리눅스 서버 환경을 구축하고, Streamlit을 거쳐 Django(장고) 프레임워크와 FastAPI(비동기 앱 서버), 그리고 PostgreSQL DB를 조합·활용해 이 웹 앱을 세상에 배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